<이 책의 실화 배경>
2023년 3월, 대한민국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얼룩말이 사육장을 탈출하는 사건이 있었다. 2019년에 태어난 수컷 얼룩말 ‘세로’는 나무 울타리를 부수고 동물원 밖으로 탈출해 3시간가량 도로, 주택가 일대 등 도심 한복판을 활보했다.
시민들은 각종 SNS를 통해 제보를 올리고, 경찰서, 소방서 등을 향해 신고와 민원을 쏟아냈다. 이에 공원측은 경찰, 소방당국과 함께 주택가에 안전 펜스를 설치하고 마취총을 쏘는 등 포획 작업을 진행했다. 생포된 얼룩말은 결국 트럭에 태워져 대공원으로 복귀했다.
알려진 바로는 탈출 전 얼룩말 ‘세로’가 부모를 일찍 여의고 사춘기를 막 지나 청년기에 접어든 상태였다. 부모를 잃은 뒤 캥거루와 시비가 붙고 싸움까지 할 정도로 부쩍 반항이 심해진 상태였다.
초원에서 무리를 지어 사는 얼룩말이 동물원에서 태어났지만 유일한 가족마저 죽는 바람에 심한 우울 증상을 겪으며 탈출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동물원이라는 시스템을 비판하는 사람과 고향인 아프리카로 보내주자는 여론도 있었다. 하지만, 육식동물에게 포식당하거나 밀렵꾼 총에 맞을 수도 있어 사실상 세로가 야생환경에서 적응하긴 어려운 상태다.
<창작 의도>
얼룩말 세로가 탈출한 뒤 골목길에서 한 오토바이와 세로가 대치하는 장면이 인터넷에서 큰 화제였다.
나에겐 낯설고 묘한 분위기로 다가와 웃음을 자아냈지만 어딘지 모르게 불편함을 주기도 했다. 개운하지 못한 감정은 제자리에 속해 있지 않은 어색함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고민이 되었다. 얼룩말에게 제자리란 정말 동물원일까?
아프리카 초원에서 무리 생활을 하는 얼룩말이 철창 속에서 홀로 지내다 급기야 탈출까지 감행한 사정이 안타까웠다.
이제는 더 이상 아프리카 초원도 고향이 아니란다. 동물원에서 태어나 인간의 손에서 길러져 온 야생동물들에게 야생환경은 더 낯설은 공간이다.
'인간은 무슨 권리로 동물들을 우리에 가둘까'라는 작은 생각에서 이 책은 시작됐다. 바람이 있다면 이 그림책을 통해 사람들이 한 번쯤 동물들 입장도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인간처럼 동물도 소중한 생명이니까.
글·그림 작가 김예린
용인외대부고 3학년에 재학 중인 고등학생입니다. 예술을 통해 환경보호를 실천하겠다는 커다란 믿음을 소박한 실천들로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현재 환경예술 교육단체 ‘크래프트래쉬(craftrash)’를 공동운영하고 있으며, <내 집은 어디지?>는 첫번째 그림책입니다.